BOOK
다정다감 _ 김혼비
_dear
2024. 7. 7. 14:52
문앞에서 이제는
내가 백지에 별생각 없이 점 하나를 찍고 말 때, 누군가는 그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긴 선을 그리려 한다는 걸
알아채지 못했다. 알았어야 했다.
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,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한다. 순간의 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,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.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.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. 그래서 늘 머뭇댄다. '그럼에도' 발을 디뎌야 할 때와 '역시' 디디지 말아야 할 때 사이에서. 이 사이 어딘가에서 잘못 디딘 발자국들 사이에서.
인간관계에서의 기대와 실망
그 사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고 돌봐주는 사이가 진정한 친구 사이로 오래 남는 것이 아닐까
우리는 너무나 미숙한 존재여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솔직한 감정을 말하고 건네받으며
상대방을 알아감과 동시에 돌봐주는 것
그 과정 후에 쌓이는 이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안정감
내 부정적인 마음까지 비추었을 때 이사람이 받아줄거라는 '믿음'이 쌓인 관계는 오래 유지된다.
나는 그래서 오늘도 감정의 '솔직함'을 다짐한다.
